- 국민과 함께 가야 합니다 -
1. 오랫동안 기독교에 몸담아 하나님의 선하신 뜻이 온 나라에 펼쳐지기를 기도해 온 우리들은, 어린 학생들로부터 시작된 촛불시위가 도도한 역사의 물결을 이루어 온 국민의 마음속에 진실과 정의의 외침으로 커져 가는 것을 한편으로 자랑스럽게 또 다른 한편으로는 걱정 가운데 지켜보아 왔습니다.
우리는 이 사태를 보면서 우리 같은 나이 든 사람들이 아무 소리 하지 않고 상황이 평화롭게 마무리 될 수 있기를 바라며 오랫동안 깊은 침묵의 기도를 드려왔습니다. 그러나 작금의 상황은 우리들이 더 이상 침묵으로 있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음을 느끼며 안타까운 심정으로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2. 지금 국민들의 외침은 단순히 잘못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협상 때문만은 아닙니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지 100일 남짓 되었는데, 정말로 많은 기대와 희망은 물거품이 되고 그 기대의 반작용은 허탈과 분노로 남게 된 것입니다. 왜 이렇게 되었습니까? 총체적인 국정 난맥상의 원인은 무엇입니까? 무엇이 국민을 섬기는 정부라는 화려한 수사를 무색하게 만들어 버리고 말았습니까?
오늘 국민의 눈에는 섬김이 보이질 않습니다. 우리 역사가 가야 할 더 성숙한 민주화의 희망이, 더 깊은 한반도의 화해와 평화의 길이 보이질 않습니다. 우리의 미래 사회가 마땅히 지향해야 할 공존과 상생의 가치가 보이질 않습니다. 오만과 독선, 허위와 기만의 논리만이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고 느껴집니다.
3. 왜 입니까? 국민들이 어리석고 모자라기 때문이겠습니까? 이명박 정부를 선택한 이 국민들이 정부가 100일 동안 나랏일을 보는 그 동안에 갑자기 어리석은 존재가 되었단 말입니까? 이명박 정부는 어리석은 국민을 만드는 정부였다고 하겠습니까? 그렇다면 이 정부 또한 국민의 어리석음에 아무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습니다.
4. 우리 눈에는 지난 백일 동안, 이명박 정부가 무슨 일로 국민의 가슴속에 멍을 들게 했는지 너무 쉽게 보입니다. 어떤 이들을 장관으로, 비서진으로 기용했습니까? 국가적 환경 재앙이 될지도 모르는 대운하를 추진하는 방식은 무엇입니까? 굶주리는 북녘동포들에게 배고프다고 말하지 않으면 도울 수 없다는 우격다짐은 최소한의 민족적 자긍심, 최소한의 인간적 도의에 의심을 갖게 하지 않았습니까? 북을 악의 축이라고 몰아붙였던 미국조차 식량을 지원하는 데 동족인 우리는 무엇을 했습니까? 우리 민족을 이렇게 세상의 조롱거리가 되게 해도 되는 것입니까? 헌법과 법률에 보장된 임기제 공직자들에게 무슨 일을 벌였습니까? 공직이 선거의 전리품이라도 된다는 말입니까? 교육문제를 접근하는 것은 무엇이었고 사회적 약자들을 향한 정책은 또 무엇이었습니까? 방송 장악을 해서 다시 국민을 우롱하겠다면, 이는 시대를 역행하는 이야기라는 것을 모르는 국민이 있겠습니까? 경제를 살리겠다고 했는데 왜 경제는 점점 더 어려워집니까? 해외 변수만을 탓 할 있습니까? 그렇다면 무슨 설명을 했습니까? 진정으로 국민에게 다가가 무슨 어려움이 있는지 진지하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 보았습니까? 말을 줄입니다. 이런 것들이 보이지 않는다면 분명 아주 큰 병에 걸린 증거라 하겠습니다.
5. 똑똑히 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정부와 대통령이 국민 앞에 용서를 빌어야 합니다. 백보를 양보해서 국민이 어리석다고 할지라도 국민 앞에 고개를 숙이고 용서를 빌어야 합니다. 그것이 역사의 책임 있는 자리에 서 있는 사람이 져야 할 마땅한 자세입니다. 국민을 섬기는 정부라는 최소한의 진정성이 있다면 전 정권을 탓하고, 방송과 언론을 탓하고, 촛불시위의 배후세력과 좌파세력 선동을 운운하기 전에, 경찰의 군화발과 물대포로 탄압하기 이전에 마땅히 그렇게 했어야 했습니다.
6. 이제 이렇게 다 저질러 논 마당에 어떻게 해야 하는 것입니까? 위기는 기회일 수 있습니다. 취임 초라는 장점이 있습니다. 아직 만회할 수 있는 기회가 있지 않습니까? 대통령의 자리는 국민을 섬기는 자리입니다. 마음을 크게 열고 국민 속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국민과 함께 가야 합니다. 그것이 진정 국민이 원하는 바입니다.
쇠고기 재협상을 천명합시다. 일부 어려움이 있다는 것은 국민들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과의 어려운 협상에 당당할 수 있는 정부가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습니다. 총체적인 국정 쇄신도, 대운하 건설계획 취소도, 사회적 약자들을 끌어안는 정책도 지금 서둘러 시작해야 합니다. 여러 면에서 이명박 정부는 특권층을 위한 정부가 될 가능성이 높은 태생적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니 더욱 분발해야 합니다. 국민과 함께 가는 진정성을 보여야 합니다. 적당한 정략적 발상으로 오늘의 난국은 결코 돌파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7. 우리는 이 자리를 빌어서 일부 수구 냉전적 사고를 가진 기독교인들의 무책임하고 무분별한 행동을 크게 꾸짖고자 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보수 기독교계의 장로라는 점에서 많은 국민들은 기독교에 좋은 감정을 갖지 못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기독교인들이 더욱 비판의 자리에 서는 것이 어려움에 처해 있는 이명박 정부를 진정으로 돕는 일입니다. 자신들의 불순한 정치적 의도를 위해서 대통령의 눈과 귀를 흐리게 하는 일에 교권을 이용하려는 유혹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그것은 하나님의 선교의 길을 막는 일이며, 교회를 죽이는 일이 될 것입니다. 특히, 한국교회 성도들의 바른 판단과 성숙한 기도가 요청되는 대목입니다.
8. 우리는 다시 한 번 호소합니다. 지금 정부와 교회가 함께 해야 하는 일은 점점 더 어려워지는 대내외적인 경제 상황에서 고통당하는 사회적 약자들을 보듬고 사회적 양극화를 해소하며 함께 더불어 사는 길을 모색하는 것입니다. 우리에게 가장 긴요한 것은 진실에 기초해서 평화적으로 자신의 주장을 당당히 내놓고 정부와 국민이 토론하고 대화함으로써, 더 성숙한 민주 사회를 이루어 우리 국민 모두가 건강하고 성실하게 맡은 자리에서 힘차게 일할 수 있는 길을 찾는 것입니다. 그 일을 위해서 정부와 교회 모두가 국민에게로 들어가 함께 호흡하며 함께 길을 걸어야 합니다. 오늘의 위기는 바로 국민과 함께 할 때만이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하나님의 평화가 우리 국민 모두와 함께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2008년 6월 9일
기독교(개신교) 원로선언 참가자
금영균(예장통합 원로목사),
김경재(한신대 명예교수),
김상근(전 민주평통 상임부의장),
김성수(성공회 주교, 성공회대학교 총장),
김소영(NCC 전 총무),
김재열(대한성공회 전 교무원장),
김지길(기독교대한감리회 전 감독),
김용복(한일장신대 전 총장),
김창락(한신대 명예교수),
김형태(예장통합 전 총회장),
문대골(예수살기 상임의장),
문장식(국정원 과거사 진상 조사위원회 위원),
박경서(UN 전 인권대사),
박덕신(목정평 전 상임의장),
박영모(한국교회인권센터 부이사장),
박철수(『복음과 상황』발행인),
박형규(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서광선(이대 명예교수),
오충일(NCC 전 회장),
유경재(안동교회 원로목사),
윤문자(전 고난함께 이사장),
이규상(한국기독교장로회 은퇴목사),
이만열(국사편찬위원회 전 위원장),
이명남(한국교회인권센터 이사장),
이해동(인권목회자동지회 회장),
이해학(주민교회 담임목사),
이현주(생명의 강 지키기 기독교행동 고문),
이형기(장신대 명예교수),
조화순(기독교대한감리회 원로목사),
최완택(기독교환경운동연대 공동대표),
한명수(예장 합동 전 총회장),
홍근수(향린교회 원로목사),
홍창의(전 서울대학병원 원장) (33명)
1. 오랫동안 기독교에 몸담아 하나님의 선하신 뜻이 온 나라에 펼쳐지기를 기도해 온 우리들은, 어린 학생들로부터 시작된 촛불시위가 도도한 역사의 물결을 이루어 온 국민의 마음속에 진실과 정의의 외침으로 커져 가는 것을 한편으로 자랑스럽게 또 다른 한편으로는 걱정 가운데 지켜보아 왔습니다.
우리는 이 사태를 보면서 우리 같은 나이 든 사람들이 아무 소리 하지 않고 상황이 평화롭게 마무리 될 수 있기를 바라며 오랫동안 깊은 침묵의 기도를 드려왔습니다. 그러나 작금의 상황은 우리들이 더 이상 침묵으로 있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음을 느끼며 안타까운 심정으로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2. 지금 국민들의 외침은 단순히 잘못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협상 때문만은 아닙니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지 100일 남짓 되었는데, 정말로 많은 기대와 희망은 물거품이 되고 그 기대의 반작용은 허탈과 분노로 남게 된 것입니다. 왜 이렇게 되었습니까? 총체적인 국정 난맥상의 원인은 무엇입니까? 무엇이 국민을 섬기는 정부라는 화려한 수사를 무색하게 만들어 버리고 말았습니까?
오늘 국민의 눈에는 섬김이 보이질 않습니다. 우리 역사가 가야 할 더 성숙한 민주화의 희망이, 더 깊은 한반도의 화해와 평화의 길이 보이질 않습니다. 우리의 미래 사회가 마땅히 지향해야 할 공존과 상생의 가치가 보이질 않습니다. 오만과 독선, 허위와 기만의 논리만이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고 느껴집니다.
3. 왜 입니까? 국민들이 어리석고 모자라기 때문이겠습니까? 이명박 정부를 선택한 이 국민들이 정부가 100일 동안 나랏일을 보는 그 동안에 갑자기 어리석은 존재가 되었단 말입니까? 이명박 정부는 어리석은 국민을 만드는 정부였다고 하겠습니까? 그렇다면 이 정부 또한 국민의 어리석음에 아무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습니다.
4. 우리 눈에는 지난 백일 동안, 이명박 정부가 무슨 일로 국민의 가슴속에 멍을 들게 했는지 너무 쉽게 보입니다. 어떤 이들을 장관으로, 비서진으로 기용했습니까? 국가적 환경 재앙이 될지도 모르는 대운하를 추진하는 방식은 무엇입니까? 굶주리는 북녘동포들에게 배고프다고 말하지 않으면 도울 수 없다는 우격다짐은 최소한의 민족적 자긍심, 최소한의 인간적 도의에 의심을 갖게 하지 않았습니까? 북을 악의 축이라고 몰아붙였던 미국조차 식량을 지원하는 데 동족인 우리는 무엇을 했습니까? 우리 민족을 이렇게 세상의 조롱거리가 되게 해도 되는 것입니까? 헌법과 법률에 보장된 임기제 공직자들에게 무슨 일을 벌였습니까? 공직이 선거의 전리품이라도 된다는 말입니까? 교육문제를 접근하는 것은 무엇이었고 사회적 약자들을 향한 정책은 또 무엇이었습니까? 방송 장악을 해서 다시 국민을 우롱하겠다면, 이는 시대를 역행하는 이야기라는 것을 모르는 국민이 있겠습니까? 경제를 살리겠다고 했는데 왜 경제는 점점 더 어려워집니까? 해외 변수만을 탓 할 있습니까? 그렇다면 무슨 설명을 했습니까? 진정으로 국민에게 다가가 무슨 어려움이 있는지 진지하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 보았습니까? 말을 줄입니다. 이런 것들이 보이지 않는다면 분명 아주 큰 병에 걸린 증거라 하겠습니다.
5. 똑똑히 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정부와 대통령이 국민 앞에 용서를 빌어야 합니다. 백보를 양보해서 국민이 어리석다고 할지라도 국민 앞에 고개를 숙이고 용서를 빌어야 합니다. 그것이 역사의 책임 있는 자리에 서 있는 사람이 져야 할 마땅한 자세입니다. 국민을 섬기는 정부라는 최소한의 진정성이 있다면 전 정권을 탓하고, 방송과 언론을 탓하고, 촛불시위의 배후세력과 좌파세력 선동을 운운하기 전에, 경찰의 군화발과 물대포로 탄압하기 이전에 마땅히 그렇게 했어야 했습니다.
6. 이제 이렇게 다 저질러 논 마당에 어떻게 해야 하는 것입니까? 위기는 기회일 수 있습니다. 취임 초라는 장점이 있습니다. 아직 만회할 수 있는 기회가 있지 않습니까? 대통령의 자리는 국민을 섬기는 자리입니다. 마음을 크게 열고 국민 속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국민과 함께 가야 합니다. 그것이 진정 국민이 원하는 바입니다.
쇠고기 재협상을 천명합시다. 일부 어려움이 있다는 것은 국민들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과의 어려운 협상에 당당할 수 있는 정부가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습니다. 총체적인 국정 쇄신도, 대운하 건설계획 취소도, 사회적 약자들을 끌어안는 정책도 지금 서둘러 시작해야 합니다. 여러 면에서 이명박 정부는 특권층을 위한 정부가 될 가능성이 높은 태생적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니 더욱 분발해야 합니다. 국민과 함께 가는 진정성을 보여야 합니다. 적당한 정략적 발상으로 오늘의 난국은 결코 돌파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7. 우리는 이 자리를 빌어서 일부 수구 냉전적 사고를 가진 기독교인들의 무책임하고 무분별한 행동을 크게 꾸짖고자 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보수 기독교계의 장로라는 점에서 많은 국민들은 기독교에 좋은 감정을 갖지 못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기독교인들이 더욱 비판의 자리에 서는 것이 어려움에 처해 있는 이명박 정부를 진정으로 돕는 일입니다. 자신들의 불순한 정치적 의도를 위해서 대통령의 눈과 귀를 흐리게 하는 일에 교권을 이용하려는 유혹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그것은 하나님의 선교의 길을 막는 일이며, 교회를 죽이는 일이 될 것입니다. 특히, 한국교회 성도들의 바른 판단과 성숙한 기도가 요청되는 대목입니다.
8. 우리는 다시 한 번 호소합니다. 지금 정부와 교회가 함께 해야 하는 일은 점점 더 어려워지는 대내외적인 경제 상황에서 고통당하는 사회적 약자들을 보듬고 사회적 양극화를 해소하며 함께 더불어 사는 길을 모색하는 것입니다. 우리에게 가장 긴요한 것은 진실에 기초해서 평화적으로 자신의 주장을 당당히 내놓고 정부와 국민이 토론하고 대화함으로써, 더 성숙한 민주 사회를 이루어 우리 국민 모두가 건강하고 성실하게 맡은 자리에서 힘차게 일할 수 있는 길을 찾는 것입니다. 그 일을 위해서 정부와 교회 모두가 국민에게로 들어가 함께 호흡하며 함께 길을 걸어야 합니다. 오늘의 위기는 바로 국민과 함께 할 때만이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하나님의 평화가 우리 국민 모두와 함께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2008년 6월 9일
기독교(개신교) 원로선언 참가자
금영균(예장통합 원로목사),
김경재(한신대 명예교수),
김상근(전 민주평통 상임부의장),
김성수(성공회 주교, 성공회대학교 총장),
김소영(NCC 전 총무),
김재열(대한성공회 전 교무원장),
김지길(기독교대한감리회 전 감독),
김용복(한일장신대 전 총장),
김창락(한신대 명예교수),
김형태(예장통합 전 총회장),
문대골(예수살기 상임의장),
문장식(국정원 과거사 진상 조사위원회 위원),
박경서(UN 전 인권대사),
박덕신(목정평 전 상임의장),
박영모(한국교회인권센터 부이사장),
박철수(『복음과 상황』발행인),
박형규(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서광선(이대 명예교수),
오충일(NCC 전 회장),
유경재(안동교회 원로목사),
윤문자(전 고난함께 이사장),
이규상(한국기독교장로회 은퇴목사),
이만열(국사편찬위원회 전 위원장),
이명남(한국교회인권센터 이사장),
이해동(인권목회자동지회 회장),
이해학(주민교회 담임목사),
이현주(생명의 강 지키기 기독교행동 고문),
이형기(장신대 명예교수),
조화순(기독교대한감리회 원로목사),
최완택(기독교환경운동연대 공동대표),
한명수(예장 합동 전 총회장),
홍근수(향린교회 원로목사),
홍창의(전 서울대학병원 원장) (33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