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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만 2통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한분은 제가 사는 동네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시는 교수님이시고 다른 한 분은 교회 청년들의 성경공부와 신앙생활을 인도하시는 간사님이십니다. 두 분의 공통점은 휘하(?)의 대학생들 중에 일부가 신종플루로 고생하고 있다는 점과 이미 이들이 주변 학생들에게 일정 부분 신종플루를 옮겼을 충분한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나머지 학생들에게 어떻게 신종플루에 대처를 해야하는지 적절한 조언이 필요하시다는 점일 겁니다.

세상만사 다 집어치우고 산속으로 들어가버리면야 뭐 고민할꺼리조차 되지 않겠지만, 현재 미국이나 한국이나 적어도 대규모 휴교령이나 공공장소에 대중들이 모이는 것을 금하는 정책적인 수단을 옵션으로 삼지 않기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진 것 같습니다. 따라서 학생들이나 선생님들에게 남겨진 옵션은 몇 가지 안될 것 같습니다.

잠시 다른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어제 한국식당에서 아는 분과 점심을 했습니다. 식당 주인 할머니와 아주 친한 편인데... 식사를 마칠 무렵에 조선일보에서 프린트한 문서를 가져오시더군요... 키위, 생강과 생굴이 신종플루에 효험(?)이 있다는 내용의 기사(링크)입니다. 뭐... 마음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닌데... 명색이 대한민국 최다 발행부수를 자랑하는 신문이 내놓을 기사일까하고 마음 속으로 많이 답답했습니다.

사설이 길었습니다. 현실적인 제한속에서 건강하게 이번 신종플루라는 파고를 현명하게 넘길 방안을 함께 찾아보도록 하죠. 학생들이나 선생님 모두에게 적용이 되는....


(1) 신종플루 백신

우선 신종플루 백신은 조금 더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적어도 한달은 더 기다려야 될 것 같네요. 그런 면에서 이번 신종플루 사태에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중국당국의 조치에 눈길이 갑니다. 이미 중국정부는 이번 주까지 10만명의 학생들에게 신종플루 백신을 주사했습니다. (로이터통신 보도) 대상도 북경에 있는 학생들을 우선 대상으로 삼았는데 지금까지 특별한 부작용이 관찰되지 않고 있답니다. 앞으로도 북경, 상해, 남부의 주강삼각주 지대(홍콩의 배후지역)에 집중적으로 백신을 주사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 지역들이 외부세계와 접하는 대표적 관문이니까요. 아마 전 세계에서 가장 민첩하고 효과적인 대처이고 적어도 현재까지는 별다른 문제점도 발생하고 있지 않죠.

하지만 한국과 미국... 두 나라 모두 적어도 대학생들에게 신종플루 백신이 순서가 오기까지는 미국에선 빨라야 추수감사절.... 늦으면 새해를 넘기기 쉬울 겁니다. 한국도 그렇게 사정이 많이 차이가 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따라서 적어도 겨울방학이 시작되기 전까지 한국과 미국의 대학생들에게는 신종플루 백신은 옵션에서 빠져야할 것 같습니다.


(2) 아프면 집에서 쉬세요

학교든 교회든... 일단 본인이 감기나 독감 증세를 보인다면... 과감하게 집에 머물러 있어야 합니다. 이건 신앙심이나 향학열과는 전혀 무관한 일이죠. 오늘 통화를 한 교수님께도 이렇게 말씀드렸습니다. 적어도 이번 학기에는 신종플루 때문에 결석하는 학생들에게 성적상의 불이익을 주지 않겠다는 공표를 수업 중에 하셔야 될 거라고... 교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주일성수한다고 기침 콜록거리며 예배당에 오는 건 정말 폭탄만 들지 않았다 뿐이지 중동지방의 자살폭탄테러와 별로 다를 바가 없는 짓이죠. 혹시라도 이 글을 읽으시는 목사님들이나 교회 관계자 여러분들도 예배시간 전 광고시간이나 각종 교회 내 연락망을 통해 몸살 기운이 있으면 일요일이라도 교회에 오지 말도록 미리 철저하게 사전에 홍보를 해 놓으셔야 될 겁니다. 농담이 아니라... 제대로 콜록거리는 신자 몇 명만 있으면.... 다음주 주일예배 인원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는 건 일도 아닐 수 있습니다.

이번 신종플루의 가장 큰 특징이 높은 전염성이니까요...

(3) 드라큐라 기침은 기본

제 자녀 학교에서 하루 건너 하루씩 학부모에게 이메일이 옵니다. 대개 신종플루와 관련된 내용들인데... 제가 (2)번 항목에 이미 지적한대로 아프면 자녀를 학교로 보내지 말 것을 부탁하는 한편.... 부득이 타인과 접촉해야할 경우... 기침이 나오면 반드시 드라큐라 기침을 할 것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3.jpg



다들 아시겠지만 드라큐라 백작이 망토로 이빨을 가리는 포즈처럼 팔꿈치 안쪽으로 기침을 하는 버릇을 들이라 이거죠... 이렇게 하면 보다 효과적으로 기침방울이 비산되는 것을 막을 수 있고 무엇보다 손으로 기침을 가릴 경우... 손에 바이러스균들이 가득 묻어 결국 손으로 만지는 모든 물체에 병균을 옮기게 되는 반면 팔꿈치 안쪽의 경우... 팔꿈치 안쪽으로 뭔가를 건드릴 가능성은 거의 없으니 1석2조의 행동이죠...

(4) 정말 손을 자주 씻으세요

얼마 전에 보니 한국도 그렇고 미국에서도 손 씻는 것이 신종플루 예방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사실
이 기사들은 원래 발언자의 취지를 상당 부분 왜곡한 경우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국내에서는 바이오매니아님께서 올려주신 글이 가장 정확한 배경설명과 친절한 해설이 달려 있습니다. 한 번씩들 일독을 권합니다.

손 씻기는 소용없다? 뉴즈위크는 뭐라고 했을까? (바이오매니아님 글)

바이오매니아님의 글을 읽으실 시간이 없는 분들을 위해 간단히 요약을 하자면, 손 씻기 자체가 신종플루 예방에 분명히 도움이 되지만, 전문가들이 염려하는 바는 N95마스크 착용이나 기타 조금은 더 복잡한 예방법들을 대중들이 무시하게 될까봐 염려스럽다는 이야기입니다....

손 씻기는 여전히 아주 중요한 예방법의 하나이죠.


하지만 손 씻기 자체만으로는 부족하고.... 평소에 눈, 코, 입을 만지지 않는 버릇도 들여야 합니다. 결국 손에 묻은 바이러스균이 몸 안으로 들어가는 통로이니까요.

그리고 말씀 드렸다시피... 신종플루에 감염된 학생을 위문하거나 병간호 가야되는 경우에는 N95 마스크를 구해서 착용하시기를 권해 드립니다. 미국의 경우 WalMart에서 별로 비싸지도 않게 팝니다. 대개 2개짜리 한통이 4불 안쪽이니 개당 2불 정도 할 겁니다. Maxi-Mask라는 상표명으로 팔더군요. Walgreen이나 CVS에서도 쉽게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20개들이 한팩이 3만원을 넘지 않는 것 같으니 대략 개당 1500원 정도 할 것 같습니다.

N95 마스크 착용법에 관해선 예전에 포스팅 해놓은 내용이 있으니 그걸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올바른 마스크 선택과 착용법


(5) 잘 먹고 무엇보다 푹 쉬세요

사실 집 떠나 먼나먼 이국 땅에 유학온 학생들에게 잘 먹고 푹 쉬라니 이게 무슨 말같지 않은 조언인가 싶기는 하네요. 늘 잠이 부족하게 공부를 해도 낯설고 물설고 무엇보다 언어장벽이 하늘을 찌를 판인데....

그래도 소나기는 피하고 봐야죠... 신종플루 걸려 심하게 앓고 몇일 공부 못하면 결국 학점이 빵꾸나기는 매일반일테니... 평소보다 조금 페이스를 늦춰서 이것저것 골고루 잘 챙겨먹고 평소보다 1시간 정도 더 주무시면서 컨디션 조절을 하시기 바랍니다.

더불어 집에 돌아와서 양치질 꼭 하시고 가능하면 구강세척제를 구입해서 가글링을 해주셔도 도움이 될 겁니다.


(6) 담배는 끊으세요

참... 담배를 피우시는 분들은 이참에 아예 금연을 해보시길 권해 드립니다. 이에 관한 포스팅도 얼마 전에 했습니다만 (신종플루, 흡연자에게 더 치명적이다) 흡연자의 경우 일반인들보다 3~4배 정도 더 위험하다고 합니다. 자세한 기작은 걸어 놓은 링크를 참조하시고요...


(7) 그래도 신종플루에 걸렸다면....

너무 당황하거나 무서워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100명중 99명은 가벼운 감기나 독감 정도로 지나갑니다. 그냥 타이레놀이나 모트린으로 버틸 정도로 말입니다. 다만 유학 중인 학생들의 경우 일종의 비상연락망처럼 하루에 1-2번 정도 전화로 상태를 챙겨줄 사람들을 섭외해 놓으시기 바랍니다. 고만고만 하다가 갑자기 열이 많이 올라 자기 발로 병원 가기 힘들 수도 있으니... 아예 지금부터 서로 아플 경우 챙겨주기로 3-4명이 그룹을 정해 놓는 것도 좋겠죠. 하지만 앞서 말씀 드렸듯이 신종플루로 누워있는 친구 병문안을 갈 때는 반드시 N95 마스크를 챙겨가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방밖에 나와서는 마스크를 바로 쓰레기통에 버리시기 바랍니다.

체온이 좀 과하게 올라간다 싶으면 바로 병원으로 가시는 거야 너무나 당연한 얘기고요.. 요즘은 한국이나 미국이나 신종플루 검진은 불과 몇분 걸리지도 않습니다. 저도 지난주에 제 애들 데리고 소아과에 갔는데.. 의사선생님께 물어보니 15분 만에 확인을 해 준다고 하더군요. 물론 정확도는 35~67% 수준이긴 하지만... 그래도 결과가 의사 면전에서 나오니 타미플루를 처방해주면 일단 그걸 5일간 꾸준히 드시기 바랍니다. 중간에 체온이 내려가고 컨디션이 좋아져도 5일 분량은 모두 복용하셔야 됩니다.

이런 초급속 진단키트의 등장이 많은 도움이 됩니다. 초창기에 아르헨티나의 경우 검사결과를 받는데 3~4일에서 1주일 정도 걸렸었죠. 아르헨티나의 경우 타미플루 재고도 전국민 대비 1%도 되지 않던 때라 정작 검사결과나 나올 시점에는 환자가 다 회복되어 일상생활로 돌아가 있거나 아니면 사망해 있거나 둘 중에 하나였다고 하더군요....


결론

대충 현실적이지만 제한적인 대처방안을 말씀드렸습니다.... 맥빠지는 얘기지만 뾰족한 수가 별로 없습니다... 현재 인류의 과학기술의 한계라고나 할까요? 신이 인간에게 부여한 자연적인 면역력을 이용해서 버티는 수밖에요... 다시 말씀드리지만 가급적이면 무리하지 마시고 마음 역시 편안하게 잡수시고 이번 겨울을 잘 버티시기를 기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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