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문학에선
이미 가족이란 개념이 사라지다시피 한 시대,
그래도 경남 산청의 산골 집에는
사람 사는 냄새가 납니다.
예순이 넘은 부부가 할머니를 모시고 사는 산골 집에
대처에 사는 아들, 며느리가
손자 녀석들까지 안고 한꺼번에 들이닥쳤습니다.
단출하나마 4대가 한 자리에 모인 겁니다.
집 안팎에서 녀석들이 떠들며 뛰는 소리에
적막하기만 했던 산골 집이 아연 활기를 띠었습니다.
마침 사진 기자가 찾은 김에 4대가 설빔을 갈아 입고
손자 녀석들에게 세배 연습을 시켰습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엉거주춤 섰다 털썩 엎어지는
것으로 절을 대신하던 녀석들이 많이 의젓해졌습니다.
절을 받던 할아버지가 참다 못해
큰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습니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는
아들, 며느리의 얼굴에도 미소가 번집니다.
갈수록 팍팍해지는 세상,
이 녀석들 구김없이 자라게 하기 위해서라도 매일
이를 악물어야 하는 이들의 지친 가슴도 따뜻해집니다.
가 봐야 금방 돌아와야 하는 곳,
올해도 여전한 교통 체증, 그래서 자칫하면
명절 후유증이 더 클 수도 있음을 모르지 않으면서도
설 때마다 설레며 고향으로 달려가는 이유입니다.
글=김종락기자 jrkim@munhwa.com
산청=사진 김선규기자 ufo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