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교회 믿어요
확실히 좁은 곳이었다. 여남은 사람이 자리에 앉고 여섯은 서서
자리 나기를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서울 충정로 한 모퉁이의 그
실비식당은 언제나 점심 때면 만원이란다. 그럴 만한 일이 있어서
나는 그 집을 친구들과 함께 가게 되었다.
그 날 한참 붐비는 시간에 이십대의 여중이 그 식당문을 조용히
열고 고행길의 모습을 나타냈다. 비관과 체념 중 어느 것엔가 사로잡힌
듯한 그녀는 말 대신에 목탁소리로 자신의 처지를 알렸다. 그러자
난데없이 한 여종업원이 쏘아댔다. “우리는 교회 믿어요!” 신학적으로
서투른 표현이기는 했으나 그것으로 그 식당은 그리스도인이 경영
하고 있다는 사실이 충분히 암시 되었다.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중은
제 페이스에 들어선 목탁소리에 맞추어 염불을 시작했다. 이것을 보자
그 여종업원은 쏜살같이 달려가 물 묻은 손으로 중을 밀치면서 소리를
질렀다. “우리는 교회 믿어요!” 중은 아무 말 없이 돌아서서 자취를
감추었다. 아무 말 없이, 표정 하나 변함없이 말이다.
중이라고 생각조차 없었을까, 할 말이 없어 대꾸를 못했을까? 중은
말 한마디 하지 않고, 함부로 말을 해버리는 “교회 믿는다”는 그 사람을
이긴 것이다. 거기 있던 어느 손님 보고 물어보아도 그 날은 중이
승리하였다고 할 것이다. 그러니 그 날 그 곳에서 그리스도인의 체신과
교회의 위신과 주님의 영광과 하나님 아버지의 거룩하신 이름이
다 땅에 떨어진 것이다. 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시여,
아버지의 이름을 거룩하게 하옵소서(마 6 : 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