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어릴 적에는 자기 중심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어릴 적, 제 딴에는 ‘나만큼 고생이란 고생을 다한 사람은 없을 거야’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을 만나 속 깊은 이야기를 하면서
내가 겪은 아픔만큼 혹은 그 아픔보다도 더 큰 아픔을 누구나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나의 아픔 혹은 힘들었던 일들이 내 삶의 자산이 되었듯 다른 사람들 역시도 그러했을 것입니다.
그것을 안 뒤로 내가 힘들게 살아왔던 일들은 다른 이들의 아픔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나무에는 옹이가 있습니다.
옹이는 나무가 상처를 받거나 병균이 침범했을 때, 그것을 이겨내기 위해 생기는 것입니다.
상징적으로 보자면 아픔을 이겨내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것이 나무의 옹이입니다.
그런데 나무에서 가장 단단한 부분이 옹이요, 나무의 향이 가장 깊은 곳도 옹이입니다.
고난을 승화시킨 나무의 마음을 보게 됩니다.
옹이의 역할은 단순히 단단함과 향기를 품은 것에 그치지 않고 나무의 균형을 잡아주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바람이 많은 제주 해안가의 나무를 가만히 바라보면 옹이가 바다를 향한 것을 자주 보게 됩니다.
나뭇가지가 바람을 피해 한쪽으로 치우쳐 자라면 균형이 깨지고,
결국 쓰러지게 되지만 옹이가 바람이 부는 방향으로 자람으로 나무가 쓰러지지 않고 자라는 것이지요.
단단함, 향기, 균형, 이것이 옹이의 마음입니다.
그 마음은 다름 아닌 상처 혹은 고난에서 온 것입니다.
나무의 그윽한 향기와 멋진 모양은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목마름과 바람과 척박함 같은 것을 통해서 가능했던 것입니다.
바위산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나무를 보면 작아도 얼마나 단단하고, 작아도 얼마나 위풍당당합니까?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현실도 아픕니다.
개인적인 아픔도 있고 역사적인 아픔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아프다고 주저앉거나 그 아픔에 굴복할 수 없습니다.
내게 다가온 고난, 그것은 우리가 반드시 극복해 내야만 할 것들입니다.
어차피 마주쳐야 할 고난의 현실이라면 그냥 허허로이 웃으며 맞이하는 것도 좋은 일입니다.
더 나아가 감사한 마음으로, 견딜만한 아픔을 주시는 그분께서
나의 삶을 더 그윽하게 하시려고 주시는 선물로 받아들이는 경지에 이르면 비로소 신앙인으로서의 삶을 살아간다 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