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와야 한다
제비는 안 와도 여름은 와야 한다. 땅이 있을 동안 그래야 한다.
여름은 일하는 계절이요 한가한 “제비 생활”을 즐기는 때만은
아니다. 기온에 쫓기어 왔다 갔다 하는 제비 족속에게는 향락의 절기로
잘못 인식될 여름이, 일꾼에게는 겨울과 노후와 자녀의 입에 넣을
빵을 준비하는 황금기이다.
제비는 안 와도 여름은 와야 한다. 땅이 있을 동안 그래야 한다.
제비가 왔다 가면 처마 끝에 낭만의 둥지만이 쓸쓸하게 남는다. 그러나
여름이 왔다 가면 여문 곡식과 탐스런 과실이 생긴다 제비를 따라 사는
낭만인 들은 쓸쓸한 가을을, 부지런히 일한 일꾼은 흐뭇한 가을을 맞는다.
제비가 오지 아니하는 산호세에도 인생의 여름은 온다. 와있다.
일하는 시절은 인생의 여름이다. 내가 일할 수 있는 동안은 나의 여름
이다. 땀 흘리는 여름, 고된 여름이다. 숨 막히는 여름이다. 그러나
여름은 있어야 한다. 제비는 없어도 여름은 있어야 한다(살전4: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