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봄이 찾아 왔어요, 그때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입가에 쓴 미소가 나를 쑥스럽게 하네요. 2년전 처음 영월에 도착한 때가 꼭 이맘때인 5월이거든요, 얼마나 시골의 냄새와 공기, 운치있는 거리가 좋던지 마냥 들뜬 어린아이처럼 신기해 하면서 하루하루 지내고 있었습니다. 집앞에 큰 밭이 나를 그렇게 흥분하게 만들어서 난 그 밭 사이를 한번 걸어보고 싶은 것이 나의 작은 소망이였습니다. 그런데 난 그 밭을 걸을수가 없었습니다. 내가 그 밭을 걸어가면 밭주인이 나가라고 하면 어떡할까? 왜? 허락도 없이 남의 밭을 걸어가느냐고 하면 어떡할까? 몇일을 고민하다가 남편에게 말했습니다, 퇴근하여 집에온 남편은 내 손을 잡고 그 밭을 뚜벅 뚜벅 걸어가며 말했습니다. 이 길은 아무나 걸을수 있는 길이니까 아무때고 걷고 싶은면 걸으라고.......
얼마후 그 밭에 파란 싹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난 당당히 그 밭사이를 걸으면서 그 싹을 관찰하기 시작했죠, 하루 ,이틀,사흘... 난 또 고민에 빠졌습니다, 마늘싹인가? 양파싹인가? 그런데 왜 이렇게 금방금방 자라지?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기엔 내가 너무 몰라 창피해서 또 남편에게 물었습니다, 퇴근하여 집에온 남편은 내 손을 잡고 그 밭을갔습니다.그 밭을 걸으며 말했습니다, 이싹은 옥수수 싹이야,내일 낮에 자세히 봐둬.....
얼마후 그 밭에 하얀 꽃들이 피기 시작했습니다, 난 꽃의 열매들이 무엇일까에 또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무슨 꽃일까? 이곳, 저곳에 많이 핀 저 하얀꽃들의 이름은.... 퇴근하여 집에온 남편은 내 손을 잡고 그 밭으로 갔습니다, 어두운 곳에서 말했습니다, 이꽃은 감자꽃, 이꽃은 들깨꽃, 이꽃은 고추잎꽃,그리고 얼마후 그 자리에 또 꽃이 피었습니다,메밀꽃까지.....
지금은 남편없이도 난 알수있습니다, 파란싹과 하얀꽃과 각종 채소들을~~~~~ 다 남편덕이예여. 그러나 난 또 고민할껍니다, 각종 나물의 이름과 모양을 알아 내 남편의 식탁이 풍성해질때까지.... 그런데 남편은 나물에는 잼뱅이라니 어쩐담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