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스카의 백야
새벽 전쟁
‘일어날까, 말까 … 추운데 오늘은 건너뛰자.
그래도 이렇게 자꾸 빼먹으면 습관이 될 텐데 ….’
새벽 4시 30분, 알람시계가 요란하게 울 때마다
내 마음속엔 한바탕 전쟁이 일어난다.
그 짧은 시간에 무슨 생각이 그리도 많은지(?)
별 생각이 다 스쳐 지나간다.
그러나 머리는 여전히 베개에 기댄 상태라,
그 치열한(?) 전쟁 와중에도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눈꺼풀은
어느새 스르르 내려와 다시 깊은 잠에 빠진다.
7시가 돼서야 화들짝 다시 깨면,
‘내가 왜 그랬을까. 그냥 후딱 일어나서
새벽예배 갔으면 되는데, 또 못 갔네!’
으스름한 새벽, 홀로 치르는 고독한 전쟁.
아마도 올해 겨울 내내 그랬나보다.
하나님과 약속을 못 지켰다는
죄책감 때문에 늘 마음이 무겁고 불편했다.
그러다가 가끔 새벽전쟁에서 간신히
승리를 거둔 날(새벽예배 참석)은,
비록 예배 시간 내내 졸다 왔어도
의기양양, 기세 등등, 마음도 몸도 가볍다.
내 딴에는 잠의 유혹을 이겼다는 승리감에
도취해서 은근히 뻐기기도 한다.
어느새 ‘하나님과의 만남’은 둘째 문제다.
문득 본질을 잃어버린 싸움이라
더 힘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 세상이 깨어나기 전 하루의 첫 시간을
사랑하는 주님과 함께한다는 것,
얼마나 매력적인가!
그 깨끗하고 조용한 시간에 나를 만나주시는 주님,
내게 말씀하시는 주님,
하루 종일 그 말씀 따라 살도록 도와주시려고
내 곁에 가까이 계신 주님…,
이 보다 행복한 삶이 또 있을까?
그걸 아는 머리와 내 가슴은 멀기만 하다.
가슴에서 팔, 다리의 길은 보이지도 않는다.
어디 새벽예배 뿐이랴,
가슴까지 내려오는 게 너무 힘들어 여전히
머리에만 맴돌고 있는 결단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 먼 길을 가다 지쳐 쓰러지는 결심들 때문에
늘 죄책감에 눌려 지내면서도,
나는 늘 그 한순간의 ‘편안함’을 이기지 못하고 만다.
‘평안’ 대신 ‘편안’을 선택하는
내 모습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
새벽 전쟁이 사라지게 될 그날을 기다리며,
오늘도 나는 하루 종일 전쟁을 치른다.
편안함 대신 평안함이 내 가슴에 가득 차도록,
비록 팔다리는 피곤할지라도
내 삶에 평안과 기쁨이 가득 차도록.....
“주의 법을 사랑하는 자에게는 큰 평안이 있으니
그들에게 장애물이 없으리이다.“(시119:1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