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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5일(수)이었습니다. 안식년차 귀국하여 저희 교회에서 보고 예배를 드리기로 한 황성은 선교사님과 휴가차 방문하신 대구에서 휴가차 방문하신 목사님 내외분을 접대하는 자리에서 제 핸드폰이 요란한 소리로 울렸습니다. 입력된 지인의 번호가 아니어서 조용히 전화를 받았습니다. 그러자 뇌성마비 장애를 가진 분의 특유의 떨리고 늦은 목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부산으로 이사하신 김한해 집사님이었습니다.

 “목사님. 저 김한해 집사인데요. 드릴 말씀이 있어서 그러는데...”

 “집사님. 제가 지금 손님들을 대접하고 있는 중이라 조금 후에 제가 다시 전화를 드리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후 식사 대접을 마치고, 교회에 돌아와 수요 예배 준비 때문에, 예배를 마친 후에는 선교사님과의 대화 때문에 그만 집사님께 전화를 드린다는 것을 그만 깜빡하고 말았습니다.

 다음 날 오후 무렵 까맣게 잊고 있던 제게 김 집사님은 다시 전화를 걸어 오셨습니다. 저는 제가 전화를 드리지 못한 이유를 설명하고 죄송하다고 말씀을 드리고 지금은 통화가 괜찮다고 말씀을 드리자 김한해 집사님은 조금은 상기된 목소리로 말씀하시기 시작했습니다.

  “목사님! 제가 목사님과 삼천포성결교회의 사랑으로 정말 어려웠던 삼천포에서의 생활을 잘 정리하고 부산으로 이사 와서 지금은 장애자 신분이 아니라 아들이 직장 생활을 하면서 벌어다 주는 돈으로 신앙생활 잘 하며 교회에서도 인정받고 잘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교회에 가서 하나님께 기도드리기 위해 엎드릴 때마다 제 마음 속에서 삼천포성결교회 권사님께서 베풀어 주신 사랑이 자꾸 생각이 나서 견딜 수가 없습니다. 그 때 권사님께서 저의 카드 빚 문제를 해결해 주시기 위해서 당신이 먹고 싶은 것 참고, 입고 싶은 것 참아 가며 모은 돈으로 제게 무려 200만원을 도와 주셨거든요. 하나님께서 그 사랑의 빚을 갚으라고 제게 말씀하시는 것 같아 견딜 수가 없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지요? 목사님”

 지금으로부터 약 8년 전 제가 삼천포성결교회로 부임하면서 김한해 집사님의 문제를 알게 되었습니다. 김한해 집사님께서는 삼천포에 사실 때에 같은 장애를 가졌던 남편이 빚과 어린 아들 하나를 남겨두고 일찍 세상을 떠난 탓에 영세민 아파트에서 도움을 받으셔 살고 계셨던 분이셨습니다. 진실하지 못한 그리스도인을 만나 카드 사기를 당하는 바람에 원금 500여만 원과 이자 150여만 원에 대한 독촉이 은행으로부터 계속 날아오고 있었습니다. 심방할 때마다, 혹은 빚 독촉장을 받을 때, 그리고 우울해서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할 때면 제게 전화를 걸어 문제 해결을 위해 기도를 부탁하였지만 기도만으로는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카드 사에서 날마다 날아오는 독촉장으로 매일 악몽에 시달리다가 결국엔 우울증까지 겹친 집사님께 제가 해 드린 말이라고는 고작 카드를 찢어 버리고, 잊어버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사천에 있는 기독교고충처리센터를 통해서 이 문제를 상담하였고 이 일을 맡아 주신 목사님께서 카드사에 연락을 해서 결국 원금만 갚는다는 타협을 이끌어 낸 것이었습니다. 김한해 집사님과 집사님의 사정을 잘 아시는 권사님 그리고 이름 없이 선한 일을 하는 모임에서 얼마씩을 모았습니다. 그리고 모자라는 돈 50만원을 교회 지도자들과 상의하여 교회에서 지출해서 집사님의 숨통을 조여 오던 카드 문제를 해결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그때 김한해 집사님은 그 권사님과 삼천포성결교회의 헌금으로 자신을 도와주신 그 은혜를 절대 잊지 않겠다며 자신이 저금통장에 돈을 모으면 제일 먼저 그 돈부터 갚겠다고 하나님께 약속을 드렸다는 것이었습니다. 김 집사님은 이미 지난 2008년 4월에 교회에서 도움 받은 50만원을 헌금으로 돌려 드렸는데, 이제는 그 권사님의 사랑이 생각이 나서 그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집사님께 제가 그 권사님과 통화를 해서 돌려받기를 원하시는지 확인해 보고 전화를 드리겠다고 약속을 하고 통화를 마쳤습니다.

 

 다음 날 권사님께 자초지종을 설명해 드리고 김한해 집사님께서 마음에 무거운 짐처럼 남아 있는 사랑의 빚을 갚고 싶어 한다고 어떻게 했으면 좋겠느냐고 의사를 물었습니다. 그러자 권사님께서는 당신은 이미 기쁜 마음으로 주님의 이름으로 드린 것이기 때문에 돌려받지 않겠다며 하나님께서는 저를 기억해 주실 것이기 때문에 그것으로 만족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꼭 갚기를 원한다면 하나님께 드리라고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혹시 그 분이 그렇게 하면 두 분의 이름으로 헌금을 드리겠다고 하자 권사님은 극구 사양하시면서 김한해 집사님의 이름으로만 하라고 신신당부를 하셨습니다.

 저는 김한해 집사님에게 권사님의 뜻을 전해 드렸습니다. 그러자 김한해 집사님은 권사님의 뜻을 받아들이고, 하나님께 헌금으로 드린다며 제 통장으로 200만원을 바로 입금하셨습니다. 이렇게 귀한 사랑의 빚을 정리하는 김한해 집사님을 위해서 수화기로 주님께 기도를 드렸습니다. 그리고 간절한 마음으로 김한해 집사님의 삶과 아들을 축복해 드렸습니다. 과부의 두 렙돈처럼 사연이 담긴 헌금, 제목과 의미가 있는 헌금을 많은 금액의 헌금보다 더 기뻐하시는 주님께서 분명히 김한해 집사님과 귀한 사랑을 끝까지 실천하신 권사님을 분명히 축복해 주실 것이라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금요일 오후에 오후 우체국에서 돈을 찾아와 정성스럽게 헌금 봉투에 담고 ‘사랑의 빚을 갚으며’라고 기도 제목란에 기재를 하고, 헌금액에 ‘이백만원’을, 헌금자 이름에 ‘김 한 해 집사’라고 또박또박 이름을 기록해 놓았습니다.

 비록 육신적으로는 뇌성마비라는 정신 장애와 신체적 장애를 가지고 살고 계시지만 당신이 받은 사랑의 빚의 무게를 늘 의식하고 자녀가 모은 돈이지만 그 돈으로 빚을 먼저 갚겠다고 하는 보은(報恩) 의식을 가진 김한해 집사님은 오히려 건강한 우리들을 부끄럽게 만든 정말 건강한 마음과 정신과 신앙을 간직한 집사님이셨습니다. 감사를 감사할 줄 모르고, 은혜를 은혜인 줄 모르고, 사랑을 사랑인 줄 모르고 살아가는 우리들을 향하여 큰 경종을 울려준 집사님의 삶 속에 우리 하나님께서 더 크신 사랑과 은혜로 복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10.08.29  삼천포성결교회 주보 목회 컬럼에 실은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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